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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지난 포스팅까지 4개의 포스팅 동안 한의학의 구체적인 사유방법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이번 포스팅부터는 한의학의 이론체계의 특징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한의학의 이론체계는 오랜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고대 중국철학을 방법론으로 채용하면서 점차 형성되었으며, 그 기본적인 특징은 정체관념(整體觀念)과 변증논치(辨證論治)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아래에서 계속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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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체관념 (整體觀念 = Holism)

 ‘Holism’은 사물이 하나의 유기적인 통일체인 정체(整體)’로서, 사물 내부의 각 부분은 서로 연계되어 분리될 수 없으며, 사물과 사물 사이에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우주 역시 하나의 거대한 정체라고 보는 관점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출발하여 인체를 하나의 유기적인 통일체로 보고 있다. 인체의 구조는 서로 연계되어 나뉘어질 수 없고, 인체의 각종 기능 역시 서로 협조하고 있으며, 병에 걸려도 체내의 각 부분은 서로 영향을 미친다. 동시에, 한의학에서는 사람과 환경 역시 서로 밀접하게 연계된 하나의 유기적인 통일체로 보고 있다. Holism은 한의학의 생리、병리、진단、변증、양생과 예방、치료 등 전 분야에 걸쳐 있다. 한의학에서 holism은 주로 인체 자체의 정체성과 인체와 자연 및 사회환경과의 통일성의 두 가지 측면으로 나타난다.

 

1-1) 인체는 하나의 정체이다

 인체는 안팎으로 연계되어 있으면서 자아조절과 자아적응을 하는 유기적인 통일체이다. 인체는 장부 、형체 、관규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은 서로 다른 구조와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고립적이거나 서로 무관한 것이 아니라, 서로 연계되어 제약하고 협조하고 있다.

 

1-1)-(1) 생리적 정체성

 인체의 생리적 정체성은 대개 두 가지 측면으로 나타나는데, 첫째는 인체의 각 구성부분이 구조나 기능적으로 완전히 통일되어 있어서, 이를 오장일체관(五臟一體觀)이라 하며, 둘째는 형체와 정신이 서로 의존하고 불가분의 관계에 있어서, 이를 형신일체관(形神一體觀)이라고 한다.

 

1-1)-(1)-() 오장일체관

 인체는 간()、심()、비()、폐()、신()오장과 위()、소장(小腸)、대장(大腸)、삼초(三焦)、방광(膀胱)、담()육부’, ()、육()、근()、맥()、골() 등 형체 및 안()、이()、비()、구()、설()、전음(前陰)、항문(肛門) 등의 관규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각기 독특한 기능을 가지면서 하나의 독립적인 기관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모든 기관은 경락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러한 연관관계는 독특한 원리를 가지고 있다. , ()과 부()에 연계된 체()와 규()는 하나의 계통을 형성하는데, 예를 들면, ()、담()、근()、목()간계통 (肝系統)”, ()、소장(小腸)、맥()、혀()심계통(心系統)”, ()、위()、육()、구()비계통(脾系統)”을, ()、대장(大腸)、피()、비()폐계통(肺系統)”, ()、방광(膀胱)、골()、이()、이음(二陰)신계통(腎系統)”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계통들은 모두 오장을 중심으로 경락계통을 통하여안으로는 장부(臟腑)에 속하고 밖으로는 사지와 관절에 연결된다고 하면서 심간비폐신(心肝脾肺腎)의 五個(오개) 생리계통을 이루고 있다.

 구조적인 완정함은 기능적인 통일의 기초가 된다. 정기혈진액(精氣血津液)은 인체를 구성하는 중요한 조성부분이며, 인체의 각종 생리공능을 유지하는 정미로운 물질이다. 정기혈진액은 장부、형체、관규에서 분포、저장、대사、운행하고 있는데, 각자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그들 사이의 밀접한 배합과 상호 협조를 통하여 공동으로 인체의 각종 생리공능을 완성함으로써 오개 생리계통 사이의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동시에 장부의 기능활동은 정기혈진액의 생성、운행、분포、저장과 대사를 촉진 유지함으로써 장부、형체、관규의 기능을 지지하고 있다. 이처럼 오장 중심으로 구조와 기능이 서로 통일되어 있다는 관점을오장일체관(五臟一體觀)”이라고 한다.

 오장일체관에 따르자면, 인체의 정상적인 생명활동은 각 장부가 정상적으로 자기의 공능을 발휘하고 있는 것에 의존하며, 또한 장부 사이에 있어서는, 상보상성(相輔相成)의 협동작용과 상반상성(相反相成)의 제약작용에 의해 협조와 평형을 유지하고 있다.

 인체의 각 장부조직이 비록 서로 다른 기능을 하고 있지만, 모두 심()을 중심으로 각 장부가 밀접하게 협조하고 있는 유기적인 통일체이기도 하다.

 심은 신()을 저장하고 있기 때문에오장육부의 군주이며, 심신(心神)은 인체의 생명활동을 주재하고 있다. ()은 기()를 다스리고 기는 장부의 공능을 추동하고 조절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심신은 전신、장부、경락、형체、관규의 기능을 제어 조절할 수 있다. 심기(心氣)가 심장의 박동을 추동하고 조절하여 혈액을 순환시키고, 간기(肝氣)는 소설(疏泄)함으로써 기기를 원활하게 하고 정지(情志)를 편안하게 하며, 폐기(肺氣)는 선강(宣降)함으로써 호흡과 수액을 운행하고, 비기(脾氣)는 음식물을 운화하고 혈액을 통섭하며, 신기(腎氣)는 생식을 주관하고 수액대사를 관장하면서 납기하는 등이 모두 심신의 통일적인 주도하에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素問(소문) 靈蘭秘典論(영란비전론)`』에서 말하기를,

 

 주군(主君)이 밝으면 신하들이 안정케 되고, 주군이 밝지 못하면 십이관(十二官)이 위태롭게 된다

 

라고 하였다.

 인체 생명활동의 정상여부는 심장이 주도하는 외에도, 오장 사이의 기능적인 협조에 좌우된다. 인체의 공능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오장 사이의 관계가 밀접하게 배합되어 협조하고 통일되어야만 한다. 예컨대, 혈액의 순행을 심장이 주관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폐、간、비 등의 협조가 필요하다. 심장의 박동은 혈액을 전신으로 보내고, 폐는 기()를 주관하여 심의 혈액 운행을 도와주며, 간은 소설을 주관함으로써 혈액의 운행을 촉진시키고, 혈을 저장함으로써 순환하는 혈액의 양을 조절하며, 비는 운화를 주관함으로써 혈액이 만들어지는 원천이 될 뿐 만 아니라 혈액이 맥중으로 운행되는 것을 통섭한다. 이처럼 4개의 장이 긴밀하게 조화되어야만 비로소 정상적인 혈액순환이 유지된다. 오장은 각각 자신의 역할을 할 뿐 만 아니라, 상호 협조함으로써 인체의 복잡한 공능을 유지한다.

 인체의 바깥쪽에 있는 형체와 관규는 오장을 중심으로 하는 계통에 나뉘어 귀속되며, 이 계통 사이에는 협조와 통일의 관계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외재하는 형체와 관규의 기능은 내부의 상응하는 장부와 밀접한 관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장부의 공능과도 연계를 가진다. 예컨대, ()의 작용은 관절과 관련되어 운동을 주관하는데, 주로 간의 정기나 간혈의 자양에 의존하기 때문에 간은 근을 주관한다고 한다. 그러나 근의 기능은 여전히 전신 기혈진액의 유양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므로 어떠한 원인에 의해 기혈진액의 소모가 지나치면 종종 근맥이 구련 추축하는 등의 병변이 발생한다. 이는 근이 간과 유관할 뿐 만 아니라, 심 비 등과도 유관함을 설명하는 것이다. 또 눈은 시각을 주관하는데, 눈이 사물을 볼 수 있는 것은 주로 간혈이나 간의 정기의 유양에 의존한다. 간혈이나 간의 정기가 부족하여 눈을 유양하지 못하면 두 눈이 건삽해지고 어지러우면서 잘 안보이게 된다. 『靈樞(영추) 大惑論(대혹론)』에서오장육부의 정기는 모두 눈으로 모인다고 한 것처럼, 눈의 시각기능은 간의 정기와 관계될 뿐 만 아니라, 다른 장부의 정기 충족 여부와도 유관하다. 이로 보아, 인체의 외재하는 형체 관규와 내재하는 장부는 밀접한 관계에 있으며, 그들의 기능은 실제적으로 인체기능의 한 부분이다. 이는 인체내외의 통일성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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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포스팅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형신일체관(形神一體觀)’에 대해 포스팅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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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의학의 구체적인 사유방법 4번째 포스팅입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유비(類比)에 대해 말씀드렸고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나머지 방법들인 이표지리(以表知裏), 시탐(試探), 반증(反證)에 대해 포스팅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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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표지리(以表知裏)

 “이표지리(以表知裏)”는 사물의 겉으로 드러난 표현을 관찰하여 사물의 내재 상황과 변화를 분석 판단하는 사유(思惟)방법이다. 이런 방법은 과학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응용된다. 예컨대 『管子(관자) 地數(지수)』에서 말하기를,

 

위에 단사(丹砂)가 있으면 그 아래에 황금이 있고, 위에 자석(磁石)이 있으면 그 아래에 구리가 있다. 위에 릉석(陵石)이 있으면 그 아래에 연석적동(鉛錫赤銅)이 있으며, 위에 자석(赭石)이 있으면 그 아래에 철이 있다. 이것이 산의 영화로움을 보는 것이다

 

라고 하였는데, 이는 이표지리법(以表知裏法)이 지질학에 응용된 경우이다. 이런 류의 방법에 대하여 고대에는안에 있는 것은 반드시 밖으로 나타난다고 하였는데, 이는 실질적으로 부분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주장하는 정체적(holistic) 철학사상이 사유방법에 구체적으로 운용된 것이다.

 

 한의학에서 이표지리법이 매우 많이 응용되었는데, 장상학설(藏象學說)이 좋은 예이다. 이른바()’은 체간부에 있는 내장(內臟)을 말하고, ‘()’은 밖으로 표현되는 생리공능과 병리현상을 가리키기 때문에 장상(藏象)은 바로 체간부에 있는 내장의 밖으로 표현되는 생리공능과 병리현상이다. 예를 들어 폐는 체간에 있는 내장이고, 호흡은 밖으로 표현되는 생리공능이며, 해수(咳嗽)、기천(氣喘)、각혈(咯血) 등은 밖으로 표현되는 병리현상이다. 폐가 없으면 호흡이 있을 수 없고, 또한 해수、기천과 각혈이 나타날 수 없다. 그래서 장()이 없으면 상()이 없으며, ()은 장()으로부터 생겨나는 것이다. ()이 있으면 반드시 현상이 나타나는데, 마치 빛에 반드시 그림자가 생기는 것처럼 장()과 상()은 나눌 수 없는 관계이다. 그러므로 한의학은 상()에 대한 관찰을 통하여 내장의 상황을 분석하고 판단한다. 한의학에서는 장()과 상() 사이의 연계를 매우 중시하고 있으며, 내장을 연구하는 학설을 장상학설(藏象學說)’이라고 한다. 또한 질병을 진단하면서 한의학은 항상 이표지리법을 응용하는데, 얼굴색을 살피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얼굴의 피하에는 혈관이 풍부하게 분포하고, 혈은 맥중(脈中)을 운행하며, 그 색택은 피부를 통해 밖으로 나오므로 병이 없는 사람은 얼굴색이 약간 붉으면서 윤기가 흐른다. 만약 혈허(血虛)하면 안색이 창백하고, 혈열(血熱)하면 안색이 붉으며, 혈어(血瘀)하면 안색이 청자색을 띤다. 혈이 안에서 흐르고 그 색이 밖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색을 보아 혈을 살필 수 있다. 그래서 『素問陰陽應象大論(소문음양응상대론)』에서는

 

 나로써 남을 알고, 겉으로써 속을 알며, 지나치고 부족함의 이치를 깨달아서 기미를 살펴 허물을 미리 다스리니 치료함이 위태롭지 않다

 

라고 하였는데, 이는 이 방법이 한의학에서 운용되는 의의를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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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시탐(試探) (Exploratory testing)과 반증(反證) (Proof bytrace back)

시탐은 연구대상에 대하여 먼저 살펴서 초보적인 가정을 내어 놓고 그 가정에 근거하여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 다음에 몸에서 나타나는 반응에 근거하여 원래의 가정을 적절하게 수정하고 그 다음의 조치를 결정하는 사유방법이다. 반증(反證)은 결과로부터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거나 추측하고 실증하는 일종의 역향(逆向) 사유방법이다. 이 두 방법의 같은 점은 모두 결과로부터 반추(反推)하는 것이고, 다른 점이라면, 시탐법에서는 먼저 일정한 조치를 취한 다음 다시 결과를 관찰하는 것이고, 반증법에서는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방법은 각종 과학분야의 연구와 의료분야에서 널리 사용되었는데, 고대 의학문헌에서 시탐법은 항상 병을 살피기 위해 이용되었으며, “소식법(消息法)”이라고 불리었다.

시탐법을 써서 병의 원인을 살피는 것은 한의학에서 적지 않게 활용되었다. 예컨대 한나라의 장중경(張仲景)은 『傷寒論(상한론)』에서 말하기를,

 

 만약 대변이 6~7일간 통하지 않으면 조시(燥屎)가 있을 수 있는데, 이를 알려면 먼저 소승기탕(小承氣湯)을 조금 투여하여 약이 배에 들어가 방귀가 나오면 燥屎가 있는 것이므로 공격할 수 있다. 만약 방귀가 나오지 않으면 이는 대변의 처음 부분은 굳었지만 뒤 부분은 반드시 무르기 때문에 공격하면 안 된다. 공격하면 반드시 창만하여 음식을 먹지 못하게 될 것이다”

 

라고 하였는데, 이는 소승기탕(小承氣湯)을 이용하여 조시의 유무를 시탐하는 방법이다. 또 명나라의 장개빈(張介賓)도 『景岳全書(경악전서) 傳忠錄(전충록)』에서 말하기를,

 

 허증이 의심되어 보하고 싶지만 분명하지 않으면 우선 가벼운 소도지제(消導之劑) 중 몇 개의 약물만 써서 알아본다. 그 약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진짜 허증이다. 한편 실증이 의심되어 공격하고 싶지만 결정하지 못한다면 우선 감온(甘溫)한 純補之劑(순보지제) 중 몇 개의 약물을 써서 알아본다. 보해서 체기(滯氣)가 느껴지면 실사(實邪)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가한(假寒)의 경우 약간의 온법(溫法)을 쓰면 반드시 번조(煩躁)케 되고, 가열(假熱)의 경우에는 약간 한법(寒法)을 쓰면 반드시 구오(嘔惡)하게 된다. 그 정황을 잘 살피면 방침은 저절로 정해진다

 

라고 하였는데, 이는 한약을 가볍게 사용하여 허실(虛實)과 한열(寒熱)을 시탐(試探)하는 방법이다.

 

 반증법 역시 한의학에서 매우 널리 응용되었다. 예컨대 신허(腎虛) 환자는 대개 이명(耳鳴)이나 이롱(耳聾)이 나타나는데, 보신약(補腎藥)을 쓰면 신기(腎氣)의 충영(充盈)에 따라 이명과 이롱이 가벼워지거나 낫는다. 이로써 반증하면 신장과 귀는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한의학에서는신장은 귀로 구멍이 열려 있다고 하였다. 또 임상적으로도, 질병을 진단할 때 대부분 임상 표현에 근거하여 병인(病因)을 역추적하므로심증구인(審證求因)”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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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포스팅 4개에 걸쳐서 한의학의 사유방법 5가지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말씀드린 5가지 사유방법은 한의학에서 비교적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 5가지 외에도 한의학에서는 종합 분석 등과 같은 다른 사유방법도 사용합니다. 한의학의 일반적인 사유방법을 이해하면 한의학의 고문헌을 깊이 이해하거나 한의학 이론과 임상을 학습하기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이런 이론과 사유방법에 근거하여 임상과 과학적인 연구에 이용하면 적은 노력으로 많은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상술한 사유방법은 한의학뿐 만 아니라, 양의학이나 기타 다른 분야에서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이것으로 한의학의 구체적인 사유방법에 대한 포스팅을 모두 마치며, 다음 포스팅부터는 한의학의 이론체계의 특징에 대해 포스팅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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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의학의 구체적인 사유방법 3번째 포스팅입니다. 지지난 포스팅과 지난 포스팅에서 각각 비교연역에 대해 말씀드렸고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유비(類比)에 대해 포스팅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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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유비(類比) (Analogy)

 유비법(類比法)은 두 개의 특수한 사물, 혹은 두 부류의 사물을 비교하여 양자간에 존재하는 일련의 공통점을 근거로 그들이 또 다른 어떤 특성과 원리에 있어서도 또한 서로 같을 것으로 추론하고 증명하는 것이다. 이런 방법은 과학적인 인식과정 중에 새로운 지식을 획득하는 주요 수단이며, 과학 역사상 많은 중요한 발명들이 유비법을 통해 이루어졌다. 『素問(소문) 示從容論(시종용론)』에서 유비법에 대해사물을 끌어다가 비유(比類)한다고 하였는데, 한의학에서도 널리 활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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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학은 정체관을 바탕으로 자연계와 사회의 사물로써 인체내의 사물을 서로 유비시켰다. 예컨대 날씨가 추워지면 강물이 얼어붙어 흐르지 않고, 식물의 영양은 대개 뿌리에 저장되며, 작은 동물은 땅속에 숨어 겨울잠을 잔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강물이 잘 흐르고 동식물은 모두 바깥에서 번성하며, 사람 역시 그에 상응한다. 그래서 『素問(소문) 八正神明論(팔정신명론)』에서는날씨가 따뜻하고 날이 밝을 때에는 사람의 혈액이 매끄럽게 잘 흐르면서 위기(衛氣)도 위로 떠올라 혈()을 사()하는 것이 용이해지고 기()는 잘 흐르게 된다. 그러나 날씨가 춥고 날이 어두우면 사람의 혈액이 잘 흐르지 못하고 위기(衛氣) 역시 안으로 가라앉게 된다고 하였다. 한의학은 주로 유비법을 사용하여 병인(病因)을 설명하고 있다. 예컨대, 나뭇가지 스스로는 움직일 수 없지만 바람이 불면 흔들리는데, 미풍이 불면 나뭇잎이 흔들리고, 바람이 비교적 세게 불면 나뭇가지가 흔들리며, 바람이 매우 세면 나무 전체가 기울어지고, 바람이 멈추어야만 나무는 비로소 평정을 회복하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인체의 사지(四肢)와 두부(頭部)가 불수의적으로 진전(振顫), 요동(搖動)하거나 심해져서 갑자기 쓰러지거나 반신불수 등의 병증이 나타나면 모두 풍()이 일으킨 것으로 보았다. 漢唐시대에는 풍()이 바깥에서 오는 것으로 보고 거풍약(袪風藥)으로 치료하였는데, 효과가 좋지 않았으며, 송나라.명나라 시기에 이르러 의사들은 점점 이런 류의 풍()은 바깥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체내 양기의 움직임이 지나치게 빠른 것으로 보게 되었다. 말하자면, 자연계에서 기()의 움직임이 지나치게 빠른 것은 풍()인데, 이런 류의 풍이 외부로부터 인체에 침입하는 것을 외풍(外風)이라 하고, 인체 내 기()의 움직임이 지나치게 빠른 것 역시 풍인데, 이런 류의 풍이 일으키는 질병을 내풍(內風)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청나라의 섭천사(葉天士)가 『臨證指南(임증지남) 中風(중풍)』에서내풍(內風) 체내 양기의 비정상적인 움직임이라”고 하였다. 내풍을 쫓아내는 방법은 없고, 단지 가라앉힐 뿐이어서 후세의 의사들은 거풍약(袪風藥) 대신 식풍약(熄風藥)으로 바꾸어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동요(動搖)를 풍으로 보고 또 체내 기()의 흐름이 지나치게 빠른 것 역시 풍으로 인식하였으며, 나아가 풍병(風病)을 외풍과 내풍으로 나누었고, 치료도 또한 거풍(袪風)과 식풍(熄風)으로 나누었다. 이러한 단계적인 추리는 모두 한의학에서 유비법(類比法)을 응용한 것이다.

질병을 치료할 때에도 한의학에서는 유비법(類比法)을 상용한다. 예컨대, 『靈樞(영추) 逆順(역순)』에서 이를기를,

 

『兵法(병법)』에 이르기를기세가 극성하면 맞서 싸우지 말고 위풍당당한 진용은 공격하지 말라고 했으며, 『刺法(자법)』에서는열이 펄펄 끓을 경우에는 자침하지 말고 땀이 줄줄 흐를 경우에도 자침하지 말라’고 하였다

 

라고 하였는데, 이는 전쟁 시에 만약 적군의 사기가 드높고 진용(陣容)이 엄정하면 그에 맞서 싸워서는 안되며, 침 치료시에도 환자에게 고열이 있고 땀이 많이 나올 때에는 병사(病邪)가 체내에 있고 그 세력이 항성하므로 함부로 시침(施鍼)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이다. 이는 전투와 침 치료를 유비(類比)한 것이다. 청나라의 서영태(徐靈胎)도 용병의 도()와 치병(治病)의 법에 대하여 『醫學源流論(의학원류론) 用藥如用兵論(용약여용병론)』에서 각종 치법(治法)과 병법(兵法)을 유비시키고 끝에 말하기를孫武子(손무자) 십삼 편에 병을 다스리는 법이 모두 들어있다”고 하였다.

 

 질병치료의 구체적인 방법에 있어서도, 한의학은 항상 유비추리를 이용하여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였다. 예컨대, 한의학에서는 화()가 왕성한 것을 치료할 때에 상부(上部)의 열상(熱象)이 비교적 뚜렷하여 인후홍종동통(咽喉紅腫疼痛), 설적쇄통(舌赤碎痛), 구내생창(口內生瘡), 대변건결(大便乾結)등이 있는 것을 화롯불이 왕성한 것으로 보고 화로 안의 땔나무를 끌어내면 화세(火勢)가 저절로 꺼지는 것에 착안하여 한량공하법(寒凉攻下法)을 이용하였다. 대변이 한 번 통하면 화열(火熱)이 불행(下行)하면서 상부의 열상(熱象)이 바로 소멸된다. 이에 한의학에서는 이 치법을부저추신법(釜底抽薪法)”이라고 하였다. 또 음허(陰虛)와 장액(腸液)이 말라서 생긴 변비를 치료할 때에는 물이 배를 움직이는 데에 착안하여 자음증액(滋陰增液)시킴으로써 장액이 많아지게 하여 대변이 저절로 통하게 하였다. 청나라 오국통(吳鞠通)은 이를 위해 증액탕(增液湯)과 증액승기탕(增液承氣湯)을 만들었는데, 이 치법을증수행주법(增水行舟法)”이라고 하였다.

 

유비법(類比法)은 많은 경우에 유효하지만, 역시 그 적용에는 한계가 있다. 사물 사이에는 동일성과 함께 또한 차이성이 있기 때문이다. 동일성은 유비의 논리적 근거를 제공하고, 차이성은 유비 추론의 오류를 초래한다. 서로 비슷한 두 개의 대상 사이에는 대개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데, 만약 추론해야 할 내용이 바로 그 차이점에 해당되는 경우라면 이 때의 결론은 오류를 범하게 된다. 그러므로 유비법의 경우, 유비의 결론에 대해서는 반드시 실천을 통해 검증해야 한다.

한편, 유비법은 한의학에서 자연을 인식할 때 상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운용할 때에 다음의 몇 가지 점을 주의해야 한다. 우선 옛날 사람들은 자연계를 확충하여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어서 다양하고 많은 사물들의 세세한 측면에 대해 철저한 정밀성이 부족하였다. 유비를 통해 얻은 결론 중에는 탁월한 사상과 독창적인 견해가 많이 있지만, 다소 허황되고 견강부회적인 내용도 섞여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논리적이어야 하며, 유비되는 쌍방의 유관 자료를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수집하고, 유비 가능한 항목을 확대하며, 이미 알고 있는 항목과 아직 모르고 있는 항목 사이의 상관성을 증가시켜 이미 알고 있는 속성과 추론코자 하는 속성 사이에 본질적인 연계가 있도록 함으로써 오류를 줄여야 한다.

 

그 다음으로사물을 통해서 비유하여수백(守白)’을 변론한다는 방법이 있는데, 빌릴 수 있는 비슷한 류의 사물을 비유하여 논증하는 것이다. 이것과 유비의 형식이 비슷하기는 하지만, 목적과 성질이 완전히 다르다. 전자(前者)는 유비를 통해 이미 아는 것에서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을 추론해내는 것으로 목적과 결과는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것이며, 자연계를 인식하는 논리방법에 속한다. 그 추론으로 나온 결론은 개연성이 있기 때문에 진일보된 실증을 필요로 한다. 후자(後者)의 경우, 비유되는 한 쪽은 항상 사람들이 이미 잘 알고 있는 상식이고, 설명되는 쪽은 모종의 학설、견해 혹은 경험으로, 양자는 이미 모두 알고 있는 내용에 속한다. 비유를 하는 목적은 학설、이론 등에 대하여 통속적인 상식을 빌어서 설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논증의 방법에 속한다. 비유는 추리의 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유비 추론 원리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때로 비유되는 쌍방이 전혀 관련이 없거나, 비유가 순전히 견강부회에 속하지만, 논증되는 내용은 정확한 것이다. 이는 결론이 비유를 통해 얻어진 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을 통해 얻어진 것으로서, 비유는 그저 설명하고 밝히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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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포스팅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유비(類比)’비유(比喩)’는 반드시 구별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 드리며, 다음 포스팅인 한의학의 구체적인 사유방법 4번째 포스팅에서는 이표지리(以表知裏)’부터 포스팅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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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지난 포스팅에서는 한의학의 사유방법 중 비유에 대해 포스팅해보았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지난 포스팅에 이어 한의학의 구체적인 사유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가며, 연역(演繹)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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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연역(演繹) (Deduction)

 '연역'은 일반적인 사실이나 원리를 전제로 하여 개별적인 사실이나 보다 특수한 다른 원리를 이끌어 내는 사유방법이다. 사람들은 귀납을 통해 얻은 일반적인 공통의 결론을 근거로 개별적인 것을 연구하는데, 아직 깊이 연구되지 못했거나 새로이 나타난 사물에 대하여는 다시 새로운 결론을 탐구한다. 이처럼 추리하게 되면 더 많은 새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연역법은 과학 분야에서 비교적 많이 이용되는데, 한의학에서도 상당히 보편적으로 이용된다.

 

 한의학에서 연역법은 생명활동을 이해하거나 혹은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이용되는 추리방법이다. 예를 들어, 간의 생리공능에 대한 인식은 간이 오행 가운데 목()에 속하고 목()은 승발(升發)과 나뭇가지처럼 펼치고 뻗어나가는 것을 좋아하는 특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간은 목()에 속하므로 간 역시 승발(升發)과 서창(舒暢), 조달(條達)을 좋아하는 생리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추리에 근거하여 한의학에서는 간은 승()을 주관하고, 인체의 기가 위를 향해 승발(升發)할 수 있게 한다. 만약 간기(肝氣)가 지나치게 왕성하면 승발하는 힘이 너무 강해져서 기혈(氣血)이 위로 넘쳐 면홍목적(面紅目赤)、두창두통(頭脹頭痛) 등 증상이 나타난다. 이 때에는 간기를 평정하게 회복시켜야 하는데, 임상에서는평간(平肝)”시키는 한약이나 침구 등을 이용함으로써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연역추리에 근거하여, 한의학은 간이 소설(疏泄)을 주관하기 때문에, 간은 체내 기()의 운동을 원활하게 하여 소통(疏通)하면서 정체하지 않고, 산발(散發)하면서 울결되지 않게 하는 공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공능이 정상적이면 전신의 기혈(氣血)이 잘 흐르고 정지(情志)가 서창(舒暢)된다. 만약 간의 소설(疏泄)을 주관하는 공능이 장애를 받으면간실소설(肝失疏泄)”이라고 한다. 이 때에 기의 운동이 원활하지 않으면 기가 울결되거나 정체되므로 병변부위에 민()、 창()、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때는 서간(舒肝)시켜야 하는데, 서간이기(舒肝理氣)시키는 약물이나 침구、추나 등의 요법을 이용한다.

 

 또 예컨대 수종(水腫)을 치료하는 경우에는 오행(五行)의 상극(相剋)원리에 따라토극수(土剋水)”해야 한다. 오장(五臟) 가운데 비()는 토()에 속하므로 건비(健脾)시켜 脾를 왕성하게 하면 水를 제약할 수 있기 때문에 水腫이 제거된다. 그러므로 임상에서는 수종(水腫)의 경우 건비이수(健脾利水)의 방법을 상용하는데, 비허(脾虛)로 수종이 된 경우에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러한 추리방법은 한의학에서 상용하는 것으로 이론과 임상에서 모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한의학에서는 음양학설(陰陽學說)、오행학설(五行學說)、정기학설(精氣學說) 등 철학적 방법론을 이용하여 인체의 생리 병리변화를 설명하거나 양생과 질병에 대한 진료를 한다. 즉 일반적인 이론으로써 특수한 사물에 적용하거나 논증하기 때문에 연역법은 한의학에서 매우 널리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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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포스팅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원래 다음 차례인 유비(類比 = Analogy)에 대해서도 포스팅하려 했는데 유비에 관한 내용이 너무 길어서 이번 포스팅은 연역까지만 하고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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