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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지난 포스팅까지 4개의 포스팅 동안 한의학의 구체적인 사유방법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이번 포스팅부터는 한의학의 이론체계의 특징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한의학의 이론체계는 오랜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고대 중국철학을 방법론으로 채용하면서 점차 형성되었으며, 그 기본적인 특징은 정체관념(整體觀念)과 변증논치(辨證論治)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아래에서 계속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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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체관념 (整體觀念 = Holism)
‘Holism’은 사물이 하나의 유기적인 통일체인 ‘정체(整體)’로서, 사물 내부의 각 부분은 서로 연계되어 분리될 수 없으며, 사물과 사물 사이에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우주 역시 하나의 거대한 정체라고 보는 관점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출발하여 인체를 하나의 유기적인 통일체로 보고 있다. 인체의 구조는 서로 연계되어 나뉘어질 수 없고, 인체의 각종 기능 역시 서로 협조하고 있으며, 병에 걸려도 체내의 각 부분은 서로 영향을 미친다. 동시에, 한의학에서는 사람과 환경 역시 서로 밀접하게 연계된 하나의 유기적인 통일체로 보고 있다. Holism은 한의학의 생리、병리、진단、변증、양생과 예방、치료 등 전 분야에 걸쳐 있다. 한의학에서 holism은 주로 인체 자체의 정체성과 인체와 자연 및 사회환경과의 통일성의 두 가지 측면으로 나타난다.
1-1) 인체는 하나의 정체이다
인체는 안팎으로 연계되어 있으면서 자아조절과 자아적응을 하는 유기적인 통일체이다. 인체는 장부 、형체 、관규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은 서로 다른 구조와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고립적이거나 서로 무관한 것이 아니라, 서로 연계되어 제약하고 협조하고 있다.
1-1)-(1) 생리적 정체성
인체의 생리적 정체성은 대개 두 가지 측면으로 나타나는데, 첫째는 인체의 각 구성부분이 구조나 기능적으로 완전히 통일되어 있어서, 이를 오장일체관(五臟一體觀)이라 하며, 둘째는 형체와 정신이 서로 의존하고 불가분의 관계에 있어서, 이를 형신일체관(形神一體觀)이라고 한다.
1-1)-(1)-(ㄱ) 오장일체관
인체는 간(肝)、심(心)、비(脾)、폐(肺)、신(腎)의 ‘오장’과 위(胃)、소장(小腸)、대장(大腸)、삼초(三焦)、방광(膀胱)、담(膽)의 ‘육부’, 피(皮)、육(肉)、근(筋)、맥(脈)、골(骨) 등 형체 및 안(眼)、이(耳)、비(鼻)、구(口)、설(舌)、전음(前陰)、항문(肛門) 등의 ‘관규’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각기 독특한 기능을 가지면서 하나의 독립적인 기관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모든 기관은 경락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러한 연관관계는 독특한 원리를 가지고 있다. 즉, 장(臟)과 부(腑)에 연계된 체(體)와 규(竅)는 하나의 계통을 형성하는데, 예를 들면, 간(肝)、담(膽)、근(筋)、목(目)은 “간계통 (肝系統)”을, 심(心)、소장(小腸)、맥(脈)、혀(舌)은 “심계통(心系統)”을, 비(脾)、위(胃)、육(肉)、구(口)는 “비계통(脾系統)”을, 폐(肺)、대장(大腸)、피(皮)、비(鼻)는 “폐계통(肺系統)”을, 신(腎)、방광(膀胱)、골(骨)、이(耳)、이음(二陰)은 “신계통(腎系統)”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계통들은 모두 오장을 중심으로 경락계통을 통하여 “안으로는 장부(臟腑)에 속하고 밖으로는 사지와 관절에 연결된다”고 하면서 심간비폐신(心肝脾肺腎)의 五個(오개) 생리계통을 이루고 있다.
구조적인 완정함은 기능적인 통일의 기초가 된다. 정기혈진액(精氣血津液)은 인체를 구성하는 중요한 조성부분이며, 인체의 각종 생리공능을 유지하는 정미로운 물질이다. 정기혈진액은 장부、형체、관규에서 분포、저장、대사、운행하고 있는데, 각자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그들 사이의 밀접한 배합과 상호 협조를 통하여 공동으로 인체의 각종 생리공능을 완성함으로써 오개 생리계통 사이의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동시에 장부의 기능활동은 정기혈진액의 생성、운행、분포、저장과 대사를 촉진 유지함으로써 장부、형체、관규의 기능을 지지하고 있다. 이처럼 오장 중심으로 구조와 기능이 서로 통일되어 있다는 관점을 “오장일체관(五臟一體觀)”이라고 한다.
오장일체관에 따르자면, 인체의 정상적인 생명활동은 각 장부가 정상적으로 자기의 공능을 발휘하고 있는 것에 의존하며, 또한 장부 사이에 있어서는, 상보상성(相輔相成)의 협동작용과 상반상성(相反相成)의 제약작용에 의해 협조와 평형을 유지하고 있다.
인체의 각 장부조직이 비록 서로 다른 기능을 하고 있지만, 모두 심(心)을 중심으로 각 장부가 밀접하게 협조하고 있는 유기적인 통일체이기도 하다.
심은 신(神)을 저장하고 있기 때문에 “오장육부의 군주”이며, 심신(心神)은 인체의 생명활동을 주재하고 있다. 신(神)은 기(氣)를 다스리고 기는 장부의 공능을 추동하고 조절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심신은 전신、장부、경락、형체、관규의 기능을 제어 조절할 수 있다. 심기(心氣)가 심장의 박동을 추동하고 조절하여 혈액을 순환시키고, 간기(肝氣)는 소설(疏泄)함으로써 기기를 원활하게 하고 정지(情志)를 편안하게 하며, 폐기(肺氣)는 선강(宣降)함으로써 호흡과 수액을 운행하고, 비기(脾氣)는 음식물을 운화하고 혈액을 통섭하며, 신기(腎氣)는 생식을 주관하고 수액대사를 관장하면서 납기하는 등이 모두 심신의 통일적인 주도하에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素問(소문) 靈蘭秘典論(영란비전론)`』에서 말하기를,
“주군(主君)이 밝으면 신하들이 안정케 되고, 주군이 밝지 못하면 십이관(十二官)이 위태롭게 된다”
라고 하였다.
인체 생명활동의 정상여부는 심장이 주도하는 외에도, 오장 사이의 기능적인 협조에 좌우된다. 인체의 공능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오장 사이의 관계가 밀접하게 배합되어 협조하고 통일되어야만 한다. 예컨대, 혈액의 순행을 심장이 주관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폐、간、비 등의 협조가 필요하다. 심장의 박동은 혈액을 전신으로 보내고, 폐는 기(氣)를 주관하여 심의 혈액 운행을 도와주며, 간은 소설을 주관함으로써 혈액의 운행을 촉진시키고, 혈을 저장함으로써 순환하는 혈액의 양을 조절하며, 비는 운화를 주관함으로써 혈액이 만들어지는 원천이 될 뿐 만 아니라 혈액이 맥중으로 운행되는 것을 통섭한다. 이처럼 4개의 장이 긴밀하게 조화되어야만 비로소 정상적인 혈액순환이 유지된다. 오장은 각각 자신의 역할을 할 뿐 만 아니라, 상호 협조함으로써 인체의 복잡한 공능을 유지한다.
인체의 바깥쪽에 있는 형체와 관규는 오장을 중심으로 하는 계통에 나뉘어 귀속되며, 이 계통 사이에는 협조와 통일의 관계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외재하는 형체와 관규의 기능은 내부의 상응하는 장부와 밀접한 관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장부의 공능과도 연계를 가진다. 예컨대, 근(筋)의 작용은 관절과 관련되어 운동을 주관하는데, 주로 간의 정기나 간혈의 자양에 의존하기 때문에 간은 근을 주관한다고 한다. 그러나 근의 기능은 여전히 전신 기혈진액의 유양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므로 어떠한 원인에 의해 기혈진액의 소모가 지나치면 종종 근맥이 구련 추축하는 등의 병변이 발생한다. 이는 근이 간과 유관할 뿐 만 아니라, 심 비 등과도 유관함을 설명하는 것이다. 또 눈은 시각을 주관하는데, 눈이 사물을 볼 수 있는 것은 주로 간혈이나 간의 정기의 유양에 의존한다. 간혈이나 간의 정기가 부족하여 눈을 유양하지 못하면 두 눈이 건삽해지고 어지러우면서 잘 안보이게 된다. 『靈樞(영추) 大惑論(대혹론)』에서 “오장육부의 정기는 모두 눈으로 모인다”고 한 것처럼, 눈의 시각기능은 간의 정기와 관계될 뿐 만 아니라, 다른 장부의 정기 충족 여부와도 유관하다. 이로 보아, 인체의 외재하는 형체 관규와 내재하는 장부는 밀접한 관계에 있으며, 그들의 기능은 실제적으로 인체기능의 한 부분이다. 이는 인체내외의 통일성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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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포스팅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형신일체관(形神一體觀)’에 대해 포스팅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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