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스팅부터는 ‘형체와 관규’ 중 ‘관규’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2. 관규(官竅)
“관”은 인체에서 특수 감각을 담당하는 기관, 즉 눈、코、귀、입 등을 말합니다. “규”는 구멍의 의미로, 내장과 외부 환경이 서로 교통하는 창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대에는 “오관(五官)”、“칠규(七竅)”、“구규(九竅)”라는 말이 있었는데요, 오관은 눈、혀、입(술)、코、귀를 가리키며, 칠규는 눈、코、귀、입에 두 개의 콧구멍과 두 개의 귓구멍을 추가한 것이고, 구규는 칠규에 전음(前陰)과 후음(後陰)을 추가한 것입니다. 관용적으로 오관도 '규'라고 하지만, 전음과 후음은 '규'라 하고 '관'이라고는 하지 않습니다. “관규”는 인체와 외부가 상통하는 중요 기관으로, 밖으로는 주위 환경과 통하고, 안으로는 경락을 통해 장부와 연계를 가지고 있어 오장 중심의 계통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靈樞(영추) 五閱五使(오열오사)』에서,
“코는 폐의 관이다. 눈은 간의 관이다. 입과 입술은 비의 관이다. 혀는 심의 관이다. 귀는 신의 관이다”
라고 한 것처럼, 규와 장은 특정한 연계가 있습니다. 또 『素問(소문) 金匱眞言論(금궤진언론)』에서는,
“북방은 검은 색에 해당하므로 신에 연결되고 이음(二陰)에 구멍을 낸다”
라고 했는데요, 이를 통해 외부 환경의 변화는 관규를 통하여 내장에 영향을 미치고, 내장 활동의 정상 여부도 관규에 반영된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또한, 『靈樞(영추) 脈度(맥도)』에서는,
“오장의 상태는 항상 얼굴의 칠규에서 관찰된다. 그러므로 폐기는 코로 통하는데, 폐기가 조화로우면 코가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심기는 혀로 통하는데, 심기가 조화로우면 혀가 오미를 구별할 수 있다. 간기는 눈으로 통하는데, 간기가 조화로우면 눈이 오색을 변별할 수 있다. 비기는 입으로 통하는데, 비기가 조화로우면 입이 오곡을 알 수 있다. 신기는 귀로 통하는데, 신기가 조화로우면 귀가 오음을 들을 수 있다. 오장의 기가 조화롭지 않으면 칠규가 소통되지 않는다”
라고 한 바가 있습니다. 다시 정리해서 말씀드리면, 관규는 또 인체와 자연환경이 물질 교환을 하는 통로입니다. 예를 들어, 인체가 필요로 하는 공기、물、음식물 등은 구비를 통해 체내로 들어오고, 인체의 생리 활동 과정 중에 생성된 노폐물은 전음과 후음을 통해 밖으로 배출됩니다.
이제 관규 중 첫 번째로 '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1) 귀(耳)
귀의 주요 기능은 다들 아시다시피 ‘듣는 것’입니다. 귀는 머리의 좌우에 있고, 청양지기(淸陽之氣)가 위로 통하는 곳이며, 청규(淸竅) 가운데 하나입니다. 귀는 腎(신)、心(심)과 밀접한 관계에 있으며, 수소양삼초경、족소양담경、수태양소장경과도 서로 연계됩니다.
2-1)-(1) 귀와 장부의 관계
2-1)-(1)-(ㄱ) 신은 귀에 개규(開竅)한다
귀는 신의 외규(外竅)인데요, 『素問(소문) 陰陽應象大論(음양응상대론)』에서는,
“신은 귀를 관장한다. 그 구멍은 귀에 있다”
라고 한 바 있습니다. 신은 정(精)을 저장하는 장으로, 오장육부의 정을 받아 저장합니다. 만약 신정이 충만하면, 위로 귀를 자양하여 귀가 밝고 반응이 민첩해집니다. 만약 신정이 줄어들면, 수해(髓海)가 부족하여 이명、이롱、현훈의 증상이 나타나고 신체 반응이 느리게 됩니다. 『靈樞(영추) 海論(해론)』에서는,
“수해가 부족하면 뇌가 도는 것 같고 이명이 생긴다”
라고 하였는데요, 노인은 신의 정기가 점차 쇠퇴하여 청력이 감퇴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2-1)-(1)-(ㄴ) 심은 귀로 열려 있다
귀는 심장과 생리적으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素問(소문) 金匱眞言論(김궤진언론)』에서는,
“남방은 적색에 해당하여 심으로 들어가 통하고 귀로 구멍을 낸다”
라고 하였으며, 『證治準繩(증치준승)』에서도,
“심의 규는 혀에 있다. 혀는 빈 구멍이 아니어서 대신 귀에 그 구멍을 맡기고 있기 때문에 신이 귀의 주인이 되고 심은 귀의 손님이 된다”
라고 하였습니다. 신은 귀에 개규(開竅)하고 심은 귀에 기규(寄竅)하며, 심은 화에 속하고 신은 수에 속하는데, 심화와 신수가 서로 조화를 이루면, 청정하고 정명한 기운이 위로 공규에 가서 귀가 이를 받아 소리를 잘 듣게 됩니다. 만약 심과 신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체내의 수기와 화기가 서로 협조하지 못하여 청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임상적으로 심화항성(心火亢盛)하거나 신음부족(腎陰不足)한 환자는 항상 귀가 붓거나 이명이 생기고 청력이 약해지기도 합니다. 돌발성 난청 역시 심신(心神)의 긴장으로 인해 일어납니다.
2-1)-(1)-(ㄷ) 귀와 간、담、비의 관계
귀와 간、담、비는 일정한 관계가 있습니다. 간은 소설(疏泄)을 관장하며 그 본성이 승발(升發)하는 장기인데, 소설이 적절하면 청양(淸陽)이 위로 올라가 귀가 영양을 공급받습니다. 만약 승발이 지나치면 기의 흐름이 어지러워져 귀가 막히게 됩니다. 담과 간은 서로 표리가 되는데, 족소양담경은 귀의 앞뒤를 돌아 귀 안으로 들어갑니다. 임상적으로 간담의 기가 거슬러 올라가면 귀에 영향을 미치기 쉬운데요, 이에 관해 『素問(소문) 藏氣法時論(장기법시론)』에서는,
“궐음과 소양의 기가 거슬러 올라가면 두통이 나타나고 귀가 먹어 들리지 않게 된다”
라고 하였습니다. 비는 또한 운화(運化)와 승청(升淸)을 관장하는데요, 만약 비가 허하여 청양이 상승하지 못하면 수곡(水穀)의 정기가 귀를 자양하지 못하여 청각에 지장을 주게 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素問(소문) 玉機眞藏論(옥기진장론)』에서는,
“비는 짝이 없는 장부이다. 비의 기가 모자라면 사람의 구규(九竅)가 막히게 되는데, 이를 중강(重强)이라고 한다”
라고 하였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계속 이어서 귀와 경락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